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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기녀반' 풀이, 한자, 해석

미감님 2024. 3. 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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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반(寄女伴)              지은이: 허난설헌

*기녀반: 처녀 적 친구들에게 부침.

 

예 놀던 길가에 초가집 짓고서 結廬臨古道(결려임고도)
날마다 큰 강물을 바라만 본단다. 日見大江流(일견태강류)
거울에 새긴 난새는 혼자서 늙어 가고 鏡匣鸞將老(경갑란장로)
꽃동산의 나비도 가을 신세란다. 花園蝶已秋(화원접이추)
쓸쓸한 모래밭에 기러기 내리고 寒沙初下鴈(한사초하안)
저녁 비에 조각배 홀로 돌아오는데, 暮雨獨歸舟(모우독귀주)
하룻밤에 비단 창문 닫긴 내 신세니 一夕紗窓閉(일석사창폐)
어찌 옛적 놀이를 생각이나 하랴. 那堪憶舊遊(나감억구유)

 

<해석>

예 놀던 길가에 초가집 짓고서
날마다 큰 강물을 바라만 본단다.
예: 옛날에, 예 놀던 길가: 추억의 공간
<1,2행> 초가집을 짓고 강물을 바라봄.
거울에 새긴 난새는 혼자서 늙어 가고
꽃동산의 나비도 가을 신세란다.
*난새, 나비: 화자를 비유
*난새: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
*가을 신세: 가을은 쇠락의 계절, 쓸쓸함, 외로움 환기함.
<3,4행> 난새와 나비와 같이 외롭고 쓸쓸한 화자의 신세
쓸쓸한 모래밭에 기러기 내리고
저녁 비에 조각배 홀로 돌아오는데,
*쓸쓸한 모래밭, 기러기의 내려옴, 저녁 비, 혼자 돌아오는 조각배: 모두 쓸쓸함과 적막함을 환기하는 배경으로 객관적 상관물임
<5,6행> 자연 배경을 통해 더욱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낌
하룻밤에 비단 창문 닫긴 내 신세니
어찌 옛적 놀이를 생각이나 하랴.
*비단 창문: 화자가 여성임을 알 수 있음.
*창문이 닫힌 내 신세: 외부와 단절된 화자의 상황
*옛적 놀이: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던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
<7,8행> 규방에서 처녀 시절에 대한 그리움

 

1. 갈래: 한시, 오언율시(5글자씩 8)

2. 성격: 한탄적, 체념적

3. 주제: 처녀 시절에 대한 그리움

4. 특징

비유를 통해 시적 화자의 상황과 정서를 드러냄.

친구에게 편지를 부치는 형식의 글

 

5. 해설

이 작품은 중국 한시의 한 종류인 오언 율시에 해당한다. 결혼한 여성 화자가 규방에 갇혀 외롭고 쓸쓸한 자신의 처지를 노래하고 있다. 차갑고 쓸쓸한 자연적 배경이 화자의 정서를 더욱 심화시킨다. 화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함께 놀며 즐거웠던 처녀 시절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6. 화자의 외로운 처지를 비유한 표현

-난새는 혼자서 늙어 가고

-꽃동산의 나비도 가을 신세

 

7. 화자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심화시키는 배경→객관적 상관물

-쓸쓸한 모래밭

-기러기 내려옴

-저녁 비

-조각배 홀로 돌아옴

 

 

8.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

허난설헌은 조선 중기의 여류 시인이며 한국사에서 문집을 발간한 최초의 여성 시인이다. 명망 높은 학자와 문장가를 배출한 명문가에서 태어났고, 허난설헌의 남동생은 홍길동전을 쓴 허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달(李達)에게서 시를 배우며, 어려서부터 시에 대한 상당한 안목과 능력을 지녀 신동이라고 불렸다. 허난설헌은 김성립과 혼인했지만, 혼인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남편은 과거 공부를 했지만 별로 진전도 없었고 더욱이 아내와 시를 주고받을 수준도 안 되어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화락하지도 못했다. 여기에다 아내에 대한 열등감이 쌓여 걸핏하면 기생방에서 밤을 새우기가 일쑤였고 술에 곤드레가 되어 새벽에 돌아오곤 했다. 허난설헌은 남편 및 시집 식구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녀를 먼저 떠나보내는 등 한 많은 인생을 살았다. 규중 여인으로서의 불행했던 삶에 대한 한을 표현한 작품, 자녀를 먼저 보낸 부모의 비통함을 표현한 작품, 소외된 계층의 삶에 관심을 담은 작품 등 다양한 주제 의식을 담은 작품을 창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