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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타일러 라쉬) 독후 감상

미감님 2023. 10. 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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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격 대비 얇고 표지도 밋밋해서 정말 가성비가 낮은 책처럼 보였지만 이 책을 한번 읽고 나서 또 읽고 싶어지고 두뇌가 열리는 느낌이 들고 생각하고 사고하고, 또 깨닫고 느끼게 되는 책. 그리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으로 가성비 갑인 책이다.

우리가 처한 지구의 문제를 이렇게 쉽게,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예리한 칼날로 찌르듯이 가슴에 팍 오게 하는 책이 또 있을까?

이 책이 비싼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인쇄했다고 한다. 표지와 본문에 FSC 인증 종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FSC 인증은 산림자원 보존과 환경 보호를 위해 국제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에서 만든 산림 관련 친환경 국제 인증으로 환경, 사회,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보증하여 책임 있는 관리를 촉구하고 난개발을 방지한다고 한다. 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해 숲과 야생 동물을 모두 보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이 책은 환경을 위해 불필요한 잉크 사용을 최소하ᄀᅶ 불필요한 종이 낭비를 막기 위해 종이 손실이 덜한 판형을 선택하고 띠지를 생략했다고 한다. 책의 제작 방식이 근검절약을 중시하는 나의 가치관과 딱 맞아떨어져서 호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타일러는 가격에는 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고 한다. 원자력 에너지가 싸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다면 훗날 원자력 발전소를 닫는 데 들어가는 최소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 방사능 유출과 그로 인한 땅과 바다의 오염, 오염 때문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병과 막대한 치료비를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 활동을 하면서 제대로 된 값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현재는 지금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멍청하고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은 결국 인간을 굶주리게 한다. 책의 일부 내용을 발췌하면

"버몬트에 있을 때 생태계 수업에서 사냥의 비유를 배웠다. 옛날 어느 마을에 늑대가 있었는데 농부의 닭을 잡아먹어 손해를 끼쳤다. 농부가 늑대를 죽이고 쫓아낸 결과, 농부의 닭은 무사했지만 사슴 개체수가 폭등하고 밭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래서 그 마을에는 사슴 사냥이 전통이 되었다.

사슴 개체수가 많아져서 농사도 안 되고, 생태계에서도 다른 생물종이 생존경쟁에 밀리면서 멸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늑대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 한 사슴 사냥이 장려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늑대에게 잘못이 있느냐고 물으면 다들 아니라고 한다. 그럼 사슴에게 잘못이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사슴이 많아진 건 잘못된 것이고 사냥해야 하지만, 사슴 탓은 아니야. 사슴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사슴이 불쌍해.” 다시 “누구의 탓이냐?” 물으면 농부의 탓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늑대를 안 없앴으면 이럴 일이 없었다고.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농부가 왜 늑대를 쫓아냈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늑대를 죽인 농부가 본인이 키우는 닭을 혼자 먹었을까. 농부에게서 닭을 사 먹는 사람들 모두가 늑대가 죽기를 바라고 늑대의 죽음을 방조했다. 그러지 않으면 늑대가 닭을 잡아먹어 닭 개체수가 줄어들고, 닭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내심 골칫거리를 제거하고 싶었던 것이다. 또 농부에게서 농작물을 사 먹는 사람들 역시 사슴이 죽기를 바랐기 때문에 사냥을 막지 않은 것이다. 사슴이 농작물을 망쳐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안 되기 때문에.

결국 모든 생명이 이기적으로 자기의 번영을 위해서 행동하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농부 외에 다른 사람들, 농부에게서 닭과 달걀과 농작물을 사는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는 건 협소하고 비논리적인 관점이다"

더 많이 갖겠다고 더 잘 살려고 한 욕심이 결국 생태계를 망친 것이다. 그 원인은 어느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 있다.

모든 것이 다 그러한 것 같다. 자신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행동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만을 위한 편협한 생각과 행동에서 나온 것이고 대의를 보지 못해서 나중에는 자신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불편하더라도 인내하는 것이 필요하고 대의를 위해서 작은 것을 희생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지구 온난화라는 말은 영화 <불편한 진실>(2006)에서 처음 나왔다고 한다. 그때 미국 보수파가 지구 온난화라면 모든 것이 다 따뜻해져야 한다는 식으로 아주 단순하게 받아들여 아니, 여기 눈이 오는데!”라고 하면서 이렇게 추운데 지구 온난화가 허무맹랑한 소리로 여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는 지구의 평균 온도를 말하며 상승한 기온은 대부분 바다에서 흡수하니 사람이 직접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무식한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하면 따뜻해져서 좋은데라고 반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기후 심각성을 인지시키기 위해서 기후변화더 심각하게 인지하도록 기후위기라는 표현이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전에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별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언론에서, 주변에서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다는 내용을 듣고 미세먼지가 많네, 외출 자제해야지, 마스크 써야지정도로 인식했다. 사실 먼지는 항상 우리가 같이 생활하는 것이라서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그런 이불에서 날리는, 집에서 날리는 그런 먼지가 아니다. 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 화력 발전소 등에서 연료를 태우면서 만들어지며, 그 성분도 대부분 황산염, 질산염, 탄소류와 검댕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였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폐암, 뇌졸중, 허혈성심질환 등 질병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가 심각했던 2020년도에 거의 항상 청명한 하늘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이후로 성인이 된 후, ‘이렇게 하늘이 파랗고 깨끗한가하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가질 정도로 하늘이 파랬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당시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공장 등이 가동을 멈췄었고 우리가 항상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았던 중국도 공장 가동이 거의 멈췄었을 때였었던 것 같다.

 

타일러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게 좋을까? 표범을 보호하는 게 좋을까? 라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은 단순하고 지엽적인 생각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표범을 보호하는 것이 자연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타일러는 중국의 판다보호구역에 다녀왔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판다 보호를 위해 주민들에게 양봉업을 하도록 장려했고 처음에는 벌통에 필요한 소나무가 소비되기는 했지만 점차로 꿀 생산도 늘면서 판다 개체수가 증가하고 판다는 배변 활동을 통해 식물 씨앗을 퍼뜨리고 숲이 잘 자라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숲 생태계는 판다뿐 아니라 황금들창코원숭이, 타킨 등 다른 동물들의 삶의 터전이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비판 정신 없이 단순한 현상만 보면 당장 자기 앞밖에 볼 줄 모른다. 그러나 깊이 있게 생각하면 넓은 관점으로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대자연과 우리의 삶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게 된다.

또한 우리의 삶의 태도도 대의를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자세로 바뀔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단순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당장 먹는 식물이나 우리에게 이로운 동물이 아닌 다른 동식물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당장의 우리의 식량을 탐내는 것들을 없애버린다. 그런데 넓은 관점으로 보면 생태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지금 죽인 동물들 때문에 결국 인간이 피해를 입게 된다.

타일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가축을 물어 죽이는 늑대를 몰살한 결과 급증한 엘크들이 초지를 초토화했고, 단단하게 뿌리를 잡아둘 식물이 사라지자 흙이 무너져 강으로 흘러 들어가며 강이 오염되어 토지가 황폐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늑대가 사라지면서 생태계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타일러는 제안한다. 지구를 위해 실천해야 할 10가지


1. 여름 냉방은 1℃ 높게, 겨울 난방은 1℃ 낮게 설정하기

2. 과대 포장한 제품, 선물 세트 등 피하기

3.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인트병 대신 투명 페인트병을 사용하고 분리 배출하기

4. 플라스틱 통은 여러 번 재사용하기

5. 음료 마실 때 빨대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하지 않기

6. 수도꼭지를 잘 잠그고 샤워 시간 줄이기

7. 화장지, 종이, 가구 등 모든 목재 및 임산물에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라벨 확인하기(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숲과 야생동물을 모두 보전할 수 있다.)

8. 종이를 절약하여 사용하고 재활용하기

9. 가능한 걷거나 자전거 및 대중교통 이용하기

10. 어린 생선(풀치, 노가리, 총알오징어 등) 구매하지 않기


타일러가 지구를 위해 실천해야 할 10가지 제안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에서 조금만 생각하면 될 일이고, 내 몸을 약 30초만 움직이면 될 일이다. 이러한 것들은 아주 기본적이고 사소한 일임에도 대부분 사람들은 하지 않는다.

해도 되고 좀 힘들면 건너뛰고 정도, 했다 안 했다. 이번 한번 정도는 안 해도 되겠지, 내가 이렇게 한다고 무슨 큰 변화가 있나?

나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생태계 파괴 문제는 정말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치명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서식처를 잃고 인간 세계로 떠밀려 온 야생 동물들과의 접촉으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미세먼지로 인한 각종 질환,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의 잠식,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자연재해, 쓰나미 등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눈앞의 일이 되었다. 책을 읽고 두렵기도 하고 나의 자식들이, 후손들이 지구에서 무사히 살 수 있ᅌᅳᆯ까? 2의 지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도 들었다.

 

지은이: 타일러 라쉬

미국 출신 방송인.

시카고대학교에서 국제학,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외교학 전공. JTBC<비정상회담>을 통해 8개 국어를 하는 언어 천재, '뇌섹남'의 모습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이후  <문제적 남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어린 시절부터 환경에 관심을 두고 2016년부터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이 출처:  -두 번째 지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