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감상

파친코를 읽고

미감님 2024. 3. 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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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4대 가족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

 

주인공 선자를 중심으로 그 부모, 선자의 자식, 손주에 걸치기까지 한국 현대사를 숨가쁘게 살아온 삶을 읽을 수 있었지만 책의 중반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책의 이면을 나름대로 평각하게 되었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고통과 역경을 겪었을 것이다. 때로는 죽음이 바로 턱밑까지 왔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잠깐 숨 한번 쉬고자 한숨을 놓은 순간 목숨을 잃었을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수월하게 산 사람들이 있었다면 친일파일 것이고, 또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위기 때마다 운 좋게 넘기면서 살 수 있었다면 당시 조국의 현실을 외면하고 ‘나만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이 작품의 주인공 선자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 한수가 그러한 사람들이다.

일제 강점기에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투쟁한 사람들이 있었다. 끝까지 조국을 외면하지 않고 지키고자 한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 독립투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자신의 목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희생이 옳다고 말할 수 없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국을 외면하고 자신, 자신의 가족만 살기 위해 몸부림친 사람들을 연민하고 ‘정말 힘들게 살았구나’ 하면서 위로하고 싶지 않다.

또 이 책에서는 일본을 미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든 일본인이 나쁜 것은 아니고 일본인 중에서도 조선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일본인을 미워하고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는 있어야 하고 일본의 황국신민화 정책으로 일본식 이름까지 지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정신은 있어야 할 터인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정책에 대해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고 때로는 일본에게 좋은 감정이 들도록 미화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가즈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가즈는 나쁜 인간 중 한 명이자 일본인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런 사고방식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것을 수도 있었다. 설사 나쁜 일본인 백 명이 있고 좋은 일본인 한 명이 있다고 해도 솔로몬은 성급한 일반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에쓰코는 솔로몬에게 어머니 같은 사람이었고, 하나는 솔로몬의 첫사랑이었다. 하루키도 삼촌 같은 사람이었다. 세 사람은 일본인이었지만 아주 좋은 사람들이었다. 피비는 그 사람들을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알지 못했다. 어떻게 솔로몬이 피비가 이해해주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일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어떤 면에서는 솔로몬도 일본인이었다. 피비는 그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파친코' 중에서

솔로몬! 선자의 손주 솔로몬은 자신의 상사 가즈에게 배신을 당했으면서도 가즈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가즈의 배신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다. 또 솔로몬은 일본인 여자 ‘하나’를 좋은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나가 왜 좋은 사람인지 책에서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 하나는 미성년때부터 임신을 하였고, 미성년자인 솔로몬에게 접근하여 첫 경험을 시켰다. 하나가 솔로몬을 사랑해서 접근했는지 그런 것은 알 수 없고 책에서는 하나는 오로지 방탕한 여학생으로 묘사가 된다. 솔로몬은 하나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로 인식하고 처음 갖는 여자와의 성적 경험과 하나와의 끈적끈적한 관계를 좋아하고 하나를 사랑하게 된다. 하나는 솔로몬에게 끈적끈적한 성적 경험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각인시켜 준다. 마치 솔로몬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못하게 할 것처럼. 하나는 솔로몬을 버리고 접대부 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망친다. 그런 하나가 솔로몬에게는 아직도 사랑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랑도 있고 이런 사랑도 있고 또 좋은 사람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솔로몬의 가치관이 이해하기 힘들다. 이 소설은 그러면서 종말을 향해 가는데,

일본화된 한국인이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끝맺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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